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수산물 소비량이 많은 나라입니다.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60kg을 넘는 수준으로, 쌀을 앞서는 경우가 많을 정도죠. 그런데 정작 “우리 바다와 양식장에서 생산한 것”이 우리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1. 현재 자급률과 생산 구조
2025년 우리나라 수산물 총생산량은 393만 톤으로, 전년(362만 톤) 대비 8.7% 증가했습니다. 특히 해면양식업이 253만 톤을 기록하며 전체 생산의 약 64%를 차지했고, 연근해어업도 97.8만 톤으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주요 양식품목은 김(71.8만 톤), 미역(63.1만 톤), 굴(30.2만 톤) 등 해조류와 패류가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자급률 지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망에 따르면, 수산물 자급률은 2023년 77.5%에서 2026년 75.3%, 2030년에는 72.3%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10년 동안 대체로 70% 중반~초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목표치(과거 79% 설정)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하락 추세가 뚜렷합니다.
특히 어패류(식용 어류·갑각류·패류)만 따로 보면 자급률이 50%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미역 같은 해조류 생산이 전체 생산량을 크게 끌어올리기 때문에, 실제 국민이 자주 먹는 생선·새우·오징어 등의 자급률은 더 낮게 나타나는 것이죠.
2. 수입 의존도의 현실
수입 규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4년 수산물 수입액은 약 57억 달러 수준이었고, 2026년에는 6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요 수입품목은 새우, 연어, 오징어, 명태, 참치 등입니다. 이 중 일부 품목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새우는 베트남 비중이 50%를 넘기도 합니다.
이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몇 가지 리스크가 커집니다.
- 국제 가격 변동과 환율 충격이 곧바로 국내 물가에 전이됩니다.
- 상대국 어획 규제, 질병, 정치적 이슈 등으로 공급이 갑자기 끊길 수 있습니다.
- 국내 양식·어업 기반이 약화되면 장기적으로 식량안보 취약성이 커집니다.
3. 왜 이런 구조가 생겼을까?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생산 측면
- 연근해 어획량 장기 감소와 자원 고갈
-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적조·빈산소 피해 증가 (특히 광어·우럭 등 어류 양식)
- 양식업 종사자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 사료(생사료·배합사료)와 에너지 비용 부담
수요·구조 측면
- 수산물 소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증가
- 양식 생산의 상당 부분이 해조류에 집중되어 있어, 고부가가치 어류·갑각류 공급이 부족
- 일부 양식 과정에서 국내산 수산물이 사료로 재투입되는 구조 (자급률 통계의 왜곡 요인으로도 지적)
4. 앞으로의 과제와 방향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
① 스마트·친환경 양식 확대 IoT·AI 기반 스마트양식, 순환여과식(RAS), 바이오플락, 수직·다층 해조류 양식 등을 통해 생산성과 환경 부하를 동시에 개선해야 합니다. 고수온에 강한 신품종(참조기, 벤자리 등) 개발과 보급도 중요합니다.
②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공급망 강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가공·보관 거점 확보, 공동 조달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국내 양식·어업의 생산 기반을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전제입니다.
③ 자급률 지표의 재설계 전체 자급률만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 식용 vs 비식용(사료용) 구분
- 어류·패류·해조류 등 품종군별 자급률
- 국민 식생활에서 중요한 대중 품종(광어, 고등어, 오징어, 전복, 김 등) 중심의 목표 관리 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④ 정책과 산업의 연계 양식산업발전법 개정, 스마트양식 선도지구, 신재생에너지 지원, 재해보험 확대 등 정책 수단을 생산 현장과 더 긴밀하게 연결해야 합니다. 또한 6차 산업화(생산+가공+체험·관광)를 통해 어가 소득을 다각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무리
수산물 자급률 하락과 수입 의존도 상승은 단순한 통계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 식탁의 안정성, 어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안보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다행히 김·미역 같은 해조류 양식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스마트양식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생산하고 공급하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행입니다.
우리 바다와 양식장이 앞으로도 국민의 밥상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도록, 생산자·소비자·정책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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